DRAW ON PAGE
김종혁 작가
우리에게 잊혀진 책들은 그 자체로 시간의 흔적과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책을 바라보는 관점은 때로 너무 한정적이라고 느낍니다.
본 기획전은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헌책을 재해석하며, 책들이 새로운 예술적 숨결을 얻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책을 해체하고,
오리고, 붙이고, 그리며 한 장 한 장을 새롭게 탈바꿈시킵니다.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을 넘어, 책과 작가, 그리고 관객 간의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냅니다.
각 작가가 선택한 책의 페이지들은 에스키스(밑그림)와도 같고, 때로는 개인적인 일기의 조각처럼 보이며,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전시장에서는 이러한 페이지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나열됩니다.
이는 마치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록된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과도 같습니다. 관객은 이 작품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재생과 창조의 경계에서 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게 됩니다.
본 전시에 사용된 책들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닙니다.
이는 버려진 책들이 예술적 오브제로 변모하며,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입니다. 잊혀진 페이지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살아나고, 관객과 만나는 순간,
새로운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합니다.
<Draw on page>전은 책이라는 물성을 넘어 창조적 과정과
가능성을 탐구하며, 우리가 주변의 사물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에게 그저 지나쳤던 책들이 어떻게 다시 주목받고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예술적 실험입니다.